잘 지내고 계셨나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온다는 오늘은 처서(處暑)입니다. 내리는 비에도 더운 여름의 열기가 쉽사리 식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른 저녁이면 제법 어스름이 내려앉고 뜨거운 열대야 속에서 풀벌레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가을이 늘 그렇게 오듯 어느 날 차가운 새벽 공기에 문득 놀라겠지요. 가을맞이의 기쁨과 동시에 헤어지는 여름이 왠지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참 알다가도 모를 마음입니다. 생명들의 활기와 식물의 푸름이 가득한 여름 공기가 그리워지기 전에 마음껏 기억에 담아봅니다.
삶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 있었나요? 어떤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의 삶이 크게 변화했던 순간을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수많은 순간들이 뇌리를 스치듯 지나갑니다. 내가 선택했던 모든 순간이 모여서 삶의 변화를 만들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던 것이니까요. 제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아이가 태어났을 때입니다. 아빠이기 전과 후로 삶이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나를 꼭 닮은 작고 귀여운 존재가 태어난 순간 세상의 모든 중심이 아이로 바뀌게 됩니다. 꼭 닮았다니. 도대체 얼마나 닮았길래! 왼쪽이 아이이고 오른쪽이 저랍니다. 한복 탈의 후 아닙니다. 참 신기하지요 :)
아빠가 되고 나서 때론 힘들 때도 있긴 합니다. 누구나 처음이 있듯 저 역시 아빠는 처음 해보는 것이기에 실수도 하고 돌아가는 길을 택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이가 조금씩 커가며 저에게 주는 웃음과 기쁨, 행복은 어떤 선물과도 견주기 어렵습니다. 어른이 되며 잊고 있던 세상을 보는 순수한 시선도 다시 살아납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열심히 하루를 살고 싶어지고, 더 바르게 살고 싶어 집니다. 아이가 하루 자란 만큼 저도 자랍니다. 가끔씩 저와 아이가 자라나는 모습을 전해도 괜찮겠지요:)
좋은 것은 함께하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된다고 하니 여기에 한번 가져와봅니다. 멀티 인스트루멘털 뮤지션인 FKJ의 [Just Piano]라는 피아노 연주곡인데요. 그는 프랑스 프로듀서이자 가수, 멀티 악기 연주자로 FKJ는 무려 French Kiwi Juice의 약자라는 무척 친근한 단어의 조합:) 음악도 음악이지만 연주자를 중심으로 한 공간을 다양한 각도로 촬영한 영상미도 더욱 곡을 아름답게 만들어 줍니다. 늦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딱 이맘때의 계절을 담은 듯한 식물의 풍경과 빛의 느낌이 참 좋습니다. 잠시나마 시원하게 불기 시작하는 가을바람을 느끼며 Play 해보시길 바랍니다 :)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시나요? 공방 한편 참나무로 만든 조그만 책상 위 청록빛 바탕에 노란 꽃이 그려져있는 오래된 재봉틀이 있습니다. 몇 해 전 취미로 재봉틀을 배우기 시작한 아내에게 어머니께서 장롱 깊숙이에서 무언가를 꺼내주셨습니다. 낯이 익은 모습의 그것은 바로 재봉틀이었죠. 어릴 적 '드르륵~' 시원스럽게 울리던 정겨운 소리와 소소한 집안 살림들이 만들어지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니도 시집오셔서 할머니에게 물려받아 쓰셨던 재봉틀. 어찌나 길이 잘 들고 관리가 잘 되었는지 칠이 벗겨진 곳 하나 없이 처음 같은 모습이었어요. 다시 기름칠을 하고 깨끗이 닦아 아내가 물려받게 된 재봉틀. 기계는 가구와 닮아 사람의 손이 닿고 자주 사용해야 길이 들어 더 고운 모습을 갖추게 되는가 봅니다.
저는 오래된 물건을 좋아합니다. 오래된 물건을 무조건 좋아한다기보다는 물건을 살 때에는 신중하게 고민하고, 한 번 저와 인연이 된 물건은 소중하게 쓰고 친구처럼 여겨요. 완전히 수명이 다하기 전에는 망가지면 곧잘 수리도 하는 편이지요. 처음 가구를 만들기 시작할 때에도 평생 동안 곁에 두고 싶은 가구를 만들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리고 어떤 가구는 저의 아이에게 물려주고, 손주에게까지 소중히 쓰인다면 어떨까 하는 작은 소망도 있었지요. 다소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빈티지 찻잔이나 빈티지 가구를 생각해 본다면 조금 와닿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시간이 만들어낸 멋이 고스란히 담긴 것들을 좋아합니다. 공방 한켠에 재봉틀 책상을 만들고 오래된 재봉틀을 올려두었어요.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도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소반을 무척 좋아합니다. 다양한 쓰임을 가진 작고 견고하고 아름다운 가구이자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이기도 하지요. 그런 소반에 대해 아주 잘 쓰인 좋은 책이 있어 소개해 드려요. 작고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체계적이며 그동안 우리 소반에 대해 이와 같은 연구조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다 할 정도로 깊이 있습니다. 그리고 쉽고 재미있게 정리되어 있어요. 공방에는 항상 비치해두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이렇게나 다양한 종류의 소반이 있음에 놀라게 됩니다. 김을 잴 때 사용하던 '김소반'부터 각 지역별 다양한 소반의 디자인, 현대적 소반디자인의 재해석까지.
무심코 지나친 우리집 밥상이 새로이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저자 : 최공호, 김미라
출판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01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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