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참 더운 여름입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소소하게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와 바론공방의 소식을 전하는 '바론생활' 첫 편지네요.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글로 전하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냥 지나치지 않고 기록해두고 싶은 일상의 짧은 생각과 행복한 찰나. 그것을 놓치지 않는 좋은 방법이 바로 이 편지가 될 것 같습니다. 님이 함께 저의 편지를 읽고 잊고 있던 계절의 흐름을 느끼거나 , 혹은 저와 비슷한 경험에 슬며시 웃음이 난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온갖 매미 소리가 나무 사이를 지나, 창가를 지나, 귓전에 울려 퍼집니다. 매미의 울음소리를 가만히 들어봅니다. '에----엥'하고 높낮이 없이 같은 음으로 쩌렁쩌렁 울리는 말매미 소리가 가장 크지만, 그 안에서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다른 종류의 매미소리들. '매앰매앰' 하고 정겹게 우는 참매미와 '쓰름쓰름' 쓰름 매미, '기름기름' 하는 소리를 내는 유지매미 등 종류도 참 많습니다. 7년간의 땅속 생활을 마치고 세상구경을 나와 마지막 열정으로 여름의 공기를 가득 채우는 그들의 소리. 문을 열면 숨이 막힐 지경인 생경한 여름의 온도는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그 속에서 들리는 매미소리는 살아 울어주어 감사한 안도감마저 들게 합니다. 우리의 지난 여름들은 언제나 매미소리와 함께 기억됩니다. 누군가에게는 여름의 소음으로, 누군가에게는 여름의 위로가 되어.
여름이 익어가고 토마토도 익어갑니다. 햇볕을 듬뿍 담은 토마토를 한입 크게 베어 물면 시큼한 국물이 흐르다 이내 달큰한 과육이 씹히고 여름의 갈증이 가십니다. 어릴 적에는 토마토를 싫어했어요. 시큼털털한 그 맛이 무어가 맛있다는 건지. 정 먹어야 한다면 찬통에 켜켜이 썰어 담고 설탕을 끼얹어 뚜껑을 꽉 닫습니다.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절여지면 설탕 맛 가득 달달한 토마토 국물부터 들이켰지요. 역시나 과일이 아니라 채소란 사실. 설탕 없이 먹을 수 없는 과일이 세상 어디 있을까요. 중학교 무렵 학교에서 받은 토마토 모종을 집 뒤에 심었습니다. 하필이면 왜 토마토일까 투덜대면서도 하루에 두세 번씩 찾아가 살피고 물주고. 맛은 기대하지 않지만, 키우는 재미가 붙어 정성으로 보살피니 꽃이피고 주먹만한 토마토가 두어 개 달렸습니다. 어찌나 빨갛게 잘 익었는지 첫 수확한 토마토 하나를 깨끗하게 씻어서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달다. 참 달다.'
그렇게 토마토는 등 따가운 여름 햇볕이 나면 가장 먼저 집어 드는, 가장 애정 하는 채소가 되었습니다.
여름방학. 참 설레는 단어입니다. 이제는 여름방학이 너무 길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나이가 되었지만요. 여름방학 숙제를 찬찬히 챙겨야 하는 아빠이기도 하지요. 미리미리, 매일매일 조금씩 방학 숙제를 해두길 당부하는 지금의 제 모습을 그 시절에 상상해 본 적이 있을까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언제나 즐거운 방학의 시작과 함께 마음을 무겁게 했던 '탐구생활'과 가방도 무겁게 했던 '물체 주머니'를 기억하시나요. 띄엄띄엄 탐구하며 신나게 놀다가 개학을 며칠 앞두고 부터는 그렇게 깊이 탐구할 수가 없었다지요. 얇지만 꽤 많은 페이지와 실험. 말리지도 않은 들풀과 잎사귀를 잘라다 붙여가며 완성도를 높였던 그 시절의 제 모습이 스쳐갑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다시 만나게 된 14살의 반가운 수강생이 있습니다. 공방에서 이따금씩 만나게 되는 저의 아들보다 몇 살 더 많은 또래의 수강생들을 볼 때면 이렇게 지난 어린 시절이 생각나곤 합니다. '나도 저만한 나이일 적에 저렇게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었던가. ' 푹 빠져 집중하는 모습은 어른들의 모습에서 보이는 것보다 때로는 더욱 진지하고 신중합니다. 어른의 기준에서 아직은 어리다, 미숙하다 생각되는 불완전한 나이. 그 미숙함 속에서 총명이 눈빛이 빛나는 순간을, 마음이 더욱 단단해져가는 순간을 발견합니다. 수업을 마치고 나면 앞으로 커 갈 제 아이와의 시간을 조금 미리 경험한 것 같기도 하지요. 그 어느 여름보다 뜨거운 2024년의 여름방학. 뜨거운 날씨와 비를 뚫고 오가며 마음을 다했던 이 곳에서의 작업이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님의 기억 속 여름방학의 추억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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